필리핀 방문이 여섯 번째인지 일곱 번째인지 헷갈리지만 바콜로드라는 도시는 방문은 커녕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마닐라 한번 그 이후엔 클락에 여러 번 방문해 한달살이를 했었는데 골프 치고 쉬는 게 일상이던 어느 날 (아이들이 만 나이로 3살, 5살 때) 머무르던 리조트 근처 어학원이 있다는 걸 알고 부모님께서 바로 등록을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필리핀에 가면 아이들은 어학연수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져 어학연수에 대한 꿈을 접고 있었으나 이번 겨울방학이 너무 길어 고민하던 찰나 클락에 있을 때 어학원 관계자분 연락처를 받아둔 게 생각나 통화하게 되었고 상담하며 이곳을 추천받게 되었어요.
기존 여행길엔 부모님이 동행하시거나 남편이 함께였지만 이번엔 저 혼자 아이 둘과 함께 짐을 들고 환승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 + 긴장감을 안고 <이룸 어학원>이라는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인천공항 도착 후 수속 시간부터 너무 늘어져 '내가 왜 간다고 했을까...' 출발 전부터 후회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약간의 마음고생 후 우여곡절? 끝에 바콜로드 공항에 도착했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E-Room>피켓을 보고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어학원 경험은 앞서 말했다시피 아이들 꼬꼬마시절 다른 도시에서 경험한 적 있어 필리핀어학원 시설에 대한 큰 기대감은 없었는데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는것이 더 깔끔했고, 셋이 사용하기 충분히 넓은 방 크기에 마음이 한시름 놓였답니다. 아이들은 방에 들어와 커튼을 열더니 수영장이 보인다며 너무도 신나 했어요!
사실 오기 전 '어학원 밥이 아이들 입맛에 맞을까...'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이 또한 경험이려거니 싶어 김 한 장 조차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아이들에게 <뭐든 골고루 먹자! 새로운 거 많이 경험해 보자! > 얘기해 왔는데 그런 결심이 무색하게 밥이 입맛에 잘 맞고 맛있더라고요! 종종 미역국도 나오길래 "둘째 생일에도 미역국 나오면 좋겠네~" 싶었는데 정말 아이 생일에도 미역국을 먹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구정쯤 떡국과 비빔밥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케이크가 나오는 걸 보며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 있겠다... 어학원에 센스쟁이 하나 숨어있나 보다! 라며 혼자만의 착각 아닌 착각에 빠지곤 했네요.
그리고 혹시 집에 편식쟁이가 있더라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필리핀 이룸어학원 앞 카페에 피자나 꼬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고(1분),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한식당과 식료품 가게 모두 도보 가능 거리거든요(3분). ATM기기나 편의점(세븐 일레븐, 2분) 또한 쉬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이곳에 조금 더 적응되고 나면 근처 시티몰까지 쉽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6분)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여기에 온 지 딱 3주 차가 되었는데요, 왜 다시 오고 싶을까 여기만의 매력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확실히 바콜로드라는 도시 만의 매력도 있고, 이룸어학원에서 배려해 주시는 많은 것들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아빠랑 온 친구들도 꽤 많은데 아빠들은 잘 못 느끼실 수 있겠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여기서 지내는 동안 청소, 빨래, 요리를 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아빠랑 오는 친구들 참 부러워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아이들과 남편만 보내고 싶네요! 히히
어학원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청소와 빨래를 해주시는데, 학원에서 직접 하는게 아니라 전문 빨래업체를 통해서 무료로 하기에 뽀송뽀송한 빨래가 배달됩니다. 수업 마치고 들어오면 정리되어 있는 이불과 깨끗한 바닥에 제 마음도 깔끔해지는 기분입니다. 2주에 한번 침대시트도 갈아주신다 했는데 그 약속 또한 철저히 잘 지켜 주시고요, 속옷은 손빨래하다 어느 날부터는 귀찮아 맡기기 시작했는데 돌아올 때 그 속옷들이 큰 옷이나 수건 사이에 끼워져 보이지 않게 넣어주시는 센스 또한 좋았습니다. 기존에 필리핀 올 때마다 두려웠던 방 안의 도마뱀 또한 여기 이룸어학원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구요, 아이들 수영 후 2층에 마련된 탈수기 또한 사용할 때마다 감사했습니다. 곳곳에 넘쳐흐르는 이룸 센스쟁이 정말이지 누군가요!! (궁금 궁금)
그리고 어학원에 오기 전 저는- 애들"만" 공부시키고 싶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싶었는데 막상 수업들을 때마다 선생님들께 칭찬도 듬뿍 받고 짧은 영어로 하하 호호 웃으며 대화를 이어갈 때마다 아~ 내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런 칭찬들을 받아보나 싶고 덕분에 자존감 또한 매일 조금씩 뿜뿜 자라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밤마다 남편에게 자랑했어요~ ㅎㅎ)
마지막으로 유학원과 상담 시 실장님께서 바콜로드는 심심하고 할 게 없는 게 단점이라 하셨을 때, 아이들 공부하러 가는 거라 심심한 게 저는 너무 좋다 말씀드렸었어요.
있는 동안 아이들 공부 열심히 시키고 저도 성장하는 계기가 돼야지 결심했는데.... 그랬는데... ㅇㅓ.... 그랬었는데. 여기 오신 분들 하나같이 너무 좋으셔서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야지 했던. 쫄보인 저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많은 경험들을 함께 했네요. 심심할 틈 없이 공부도 재밌게, 여행도 즐겁게 좋은 추억 가득 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