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콜로드 맛집 관광지

여행 속의 여행, 3박 4일 시팔라이1

GENE_E-ROOM 2025. 1. 16. 10:41

동남아를 떠올리면 야자수🌴 나무 그늘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연상되곤 한다.

부유한 서양인들이 새해 연휴를 동남아의 리조트에서 휴양하며 보내는 사진과 영화가 뇌리에 박힌 덕인 것 같다.

이번 '필리핀 두달 살이'를 준비하면서 새해 연휴가 3일이나 되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새해를 야자수 나무 그늘 아래의 해변에서 보낼 수 있다...?!!!!!

 

찾아보자 어디로 갈지~

일단 바다가, 해변이 예뻐야하고 스노쿨링을 할만한 볼 것들이 있어야하고, 가기가 힘들지 않아야 하는 곳이였다.

나 혼자 최찰리를 케어하며 가야하는 여행이기에 여정이 힘든 곳이면 안가느니만 못한 여행이 될 수도 있기에......

여행지는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처음 맘에 두던 보라카이는 가까운데도 바콜로드에서 가기보다 차라리 한국에서 가는게 더 낫다는 평에 바로 제끼었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욕같은 이름의 시팔라이...

 

 

이 사진 한장으로 더 망설임없이 '너'로 정했다. 시.팔.라.이

 

2024년 12월 30일 월요일

출발 당일 아침,

설레여서 알람이 울기도 한참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레여서......

이게 얼마만의 설레임인지!!! 나는 아이와 여행을 자주 간다. 온갖 이름의 프로젝트를 붙인 유의미한 여행을 기획하고, 새로운 장소 또는 새로운 액티비티를 늘 가보고 또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이상 설레이지가 않았다.

나의 동력은 이전과는 다르게 설레임이 아니라 책임감이 되어버렸다. 

아이에게 더 넓은 걸 보여줘야한다, 더 많은 걸 경험시켜줘야 한다는......

그랬던 내가 소풍 전 날밤의 꼬마처럼 설레여서 잠이 깬거다. 나이 먹으며 사라진 줄 알았던 이 익숙하고 불편한 감점이 너무나 반갑다.

 

 

이야~~!!! 어학원 앞에 이뿌게 주차된 렌트카를 본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각보다도 더 좋은 차라~~ 킬로 수를 보니 2만 5천 조금 넘은 신차다👍

그런데 렌트가 업체는 차와 키만 가드에게 맡기고 걍 가버렸다. 면허증 확인도, 보험 싸인도, 그 어떤 설명도 없다.

심지어 휘발유인지 경유인지도 알 수가 없다.

어학원 원장님이 예약해주셔서 그런가 했는데 여기 필리핀은 원래 이런 식이랜다. 사고만 안나면 되는......

 

뭐, 상관없잖아? 편하고 좋네,, 차에 시동을 걸고 테스트를 해본다. 

그런데... 핸드 브레이크가...... 안 내려간다?!!!! 아무리 밀어도 내려가지를 않는다.

이거 핸드브레이크가 아니라 팔 거치대인가? 그럼 이 차는 풋 브레이크일까? 아니다.

발 쪽에는 브레이크와 엑셀 밖에 없다. 당황해하며 차에서 얼른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젊고 Fancy해 보이는 가드에게, 오토바이 헬맷을 쓰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저 가드는 분명 차를 잘 알거라 기대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Can you drive? The hand brake, does not move!"

"No. I don't know."

20대 직장인 남자가 운전을 못해? 황당했지만 그럴 수 있지. 저기 보이는 40대 Maintenance steff 아저씨는 분명 아실거야...

"No. Don't know."

아무도 없었다. 어학원에 있는 남자 직원 중 운전을 할 수 있거나 차에 대해서 아니 저 딱 붙어있는 핸드브레이크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실 이들은 혹시나 고장내킬까 염려되는지 차에 와보지도 않았다.

혹시 이 차는 사이드브레이크가 없을지도 몰라. 생긴것두 미래의 차처럼 생겼잖아??? 앞으로 조금 가봤다.

하지만 역시 경고등과 브레이크 긁는 소리가 났다ㅠㅠ

"아오...씨...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아오 짜증나..."

벌컥 쏟아부으며 핸드브레이크를 마구 당겼다. 근데 그때 핸드브레이크가 쑥 움직이는거다.!!!

알고보니 위의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밀어야 하는거였다. 에효...어쨌든 출발해보자~

 

 

시팔라이 가는 길은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벤타고 Magaso fall 갈 때 하도 덜컹거려서 힘들 줄 알았는데 승용차는 다른지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평화로운 목장같은 뷰와 산을 넘어가며 보는 지리산자락 동네같은 마을 모습들, 그리고 끝없는 야자수와 하얀 구름의 풍경도 4시간 드라이빙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다만 허리가 아파 적당한 곳에 잠시 멈춰 스트레칭을 했다. 근데 그것두 정말 잠깐이었다! 어찌나 덥고 습한지 허리고 뭐고 빨리 차안으로 가고 싶었으니.....

 

타카투카 비치 리조트 체크인, 웰컴 드링크

시팔라이에서는 위치도 특징도 서로 다른 2개의 리조트를 예약했다.

첫번째는 쓰레기 하나없이 깨끗하고 프라이빗한 모래 해변, sugar beach 바로 앞에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각 룸마다 서로 다른 테마로 꾸며놓은 Takatuka beach resort,,

두번째는 현지인 마을 안에 있어 다소 시끄럽지만 national park인 댄주안 아일랜드 투어를 할 수 있는 다이빙 전문 리조트 Amila Dive beach resort,,

두 군데다. 독일인 남편 오너에 필리피노 와이프가 운영하는 곳이였다. 그래서인지 게스트들도 독일인과 서양인이 많았다. 영어가 통하는 건 좋았는데 식당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독일인들 때문에 밥 먹으면서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글고 밥도 비싸기만하고 맛없어....

 

4시간 운전 끝에 도착한 첫번째 리조트, 타카투카.

듣던대로 특이한 장식과 인테리어에 들어서자마자 딴 세계에 온 것 같다.

아프리카 같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집 같기도~~~ 웰컴드링크인 생강과 레몬과 꿀의 조합 음료를 후딱 마시고 룸에 들어가본다. 우리 방은 '캐리비안 해적' 테마의 treasure 룸이다.

 

 

한차레의 '방탐험'을 마친 최찰리는 이제 발코니로 나가 탐헌한다. 조급해진 나는 경고와 협박과 부탁을 총동원해 가기 싫다는 최찰리를 바다로 몰아갔다.

바다~ 필리핀의 바다~❤️ 빨리 보고싶어

 

 

 

일몰 아래의 해변에서 맛이 없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저녁을 먹고, 수영장에서 물놀이 좀 더 즐기다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꿀잠자며 하루를 마쳤...다고 하면 좋았을테지만ㅠㅠ

씻으러 간 최찰리가 덜덜 떨며 "엄마 뜨거운 물이 안나와"..... 직원이 오고, 그 직원이 다른 직원을 불러오고, 그 다른 직원이 독일인 사장을 부르며 몇번의 보일러 조작 시도와 전기 재부팅까지 해도 안되자 독일인 사장님이 미안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내일 수리기사를 부르겠다고 하고는 돌아선다.

응?? 잠깐만, 이렇게 간다고? 미안하니 그냥 찬물에 씻으라고??

"Wait a minute! It would be ok for me, but my son can get a cold. Could you lend me a bathroom or shower booth for a second?" 열 받으니 잘 안되던 영어도 맞던 틀리던 막 나온다!! 내 빨라진 영어에 아님 내 표정에 짜증스러웠던지 덩치의 사장님이 집게 손가락을 세우며 내 말을 막더니 옆의 직원에게 뭐라뭐라 지시하고는 가버린다.

직원의 안내로 빈방의 화장실에서 다행히 따뜻하게 씻을 수 있었다. 우리가 나오면 뒷정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직원때문에 후다닥 해야 했지만 뜨거운 물로 씻은게 어디냐.... 피곤해.. 잠 잘~오겠다.

 

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모닝 커피 한 잔 들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아기자기한 리조트 정원도 볼만했지만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슈가비치였다!!

이렇게 쓰레기 하나없이 깨끗하고 평화로운 비치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워낙에 맨발걷기를 좋아해 거제에서도 해변을 자주 걷는데 여긴 비할데없이 맨발걷기에 최적인 곳이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발바닥으로 이온 전해질이 마구 뿜어 들어오는 것 같은, 아니면 단지 엔돌핀이 도는 느낌인가...ㅋㅋ 암튼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다!!!

 

리조트의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남은 시간까지 최찰리랑 뒹굴거렸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를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바라보니 이 방의 테마가 더 실감았다.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를 찾아가며 사진 찍으며 놀았다.

 

방 뿐만 아니라 타카투카 리조트 안 곳곳에 주인장의 유머와 재치가 깃든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었다. 무심코 눈길을 돌리다 갑자기 "엇?"라게 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최찰리에게 챌린지를 제안했다. "누가 독특한 장식 더 많이 찾나~~?"

 

 

두번째 리조트에 가기 전에 시팔라이 퍼블릭 마켓에 들려 과일 좀 사고, 시팔라이의 유명한 맛집인 Fish Tank에서 점심을 먹었다.

맹그로브 숲과 강뷰가 매력적인 이 레스토랑에서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지만, 강물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그네도 탈 수 있어 최찰리도 나도 너무 맘에 들었던 곳이다. 특히 shrimp kebab에 딸려 나온 구운 가리비는 너무 맛있어서 따로 더 시켰다.